Blog

님도 없고 직급도 없는 트리노드 영어 닉네임 문화

 

“블로그 주제를 회사의 미션과 비전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요?”

“블로그에 무겁고 철학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너무 경직된 느낌을 줄 것 같아요”

“아예 다루지 않을 예정일까요?”

“그건 아니예요.

초반에는 자사를 지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궁금해할 이야기부터 풀고

그 이후에 비전과 미션은 차근히 쉬운 방법으로 풀어갈 예정이예요”

“지난번 그 글 초안은 제가 한번 작성해 볼까요?”

“네, 좋죠. 근데 초안은 8월 중으로 주시면 좋겠어요”

 

 

위의 대화를 보면 어떤 사람과 어떤 사람이 대화하고 있다고 느껴지나요?

대화의 내용은 트리노드CEO인 맥스와 블로그지기 니야의 블로그 컨셉 회의에서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트리티브는 이렇게 서로간 별도의 직책과 직급 없이 영어 닉네임만을 부르며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직급 체계를 기본으로 해당 직급 또는 직책에 ‘님’을 붙여 호칭을 부르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직급이나 직책을 부르는 것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한다 하여 스타트업과 IT업계를 중심으로 점차 영문 이름(닉네임)을 사용하는 기업이 증가했고 최근에는 일부 대기업과 제조업까지 따르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연 영어 닉네임을 부른다고 즉각적으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요?

실상 영어 닉네임 뒤에는 여전히 직급이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과장 N년차’, ‘대리 N년차’와 같은 등급 분류 같은 딱지가 영어 닉네임 뒤에 숨어 사실은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알게 모르게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는 님도 없고 직급도 없는 오롯한 영어 닉네임만이 존재합니다.

영어 닉네임으로 호칭을 바꾸자고 결심하게 된 것은 ‘사장님’이라 불리는 순간 호칭에 따라 어미가 한정되고 발언권의 범위가 제한되고 있다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직급과 직책, 또는 선후배를 가르는 호칭은 언어를 가두는 거대한 프레임이었습니다. 그 프레임 안에서 당연한 듯 제한된 발언은 상하관계의 어느 쪽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듯 직책자가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동시에 어려워지는 프레임이니 말입니다.

 

트리노드가 설립되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에 우리도 빠르게 ‘영어닉네임 문화’를 만들어 보고자 하였습니다. 처음 5~6명의 작은 규모에서 서로 낯부끄럽게 꼭 해야만 하는지 반발도 있었지만 인원이 많아질수록 정착된 문화를 바꾸기 어려워지기에 빠르게 영어 닉네임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밀어붙였던 기억입니다.

 

영어 닉네임에 존칭의 ‘님’도 붙이지 않고 직급 체계까지 완전히 없애 버린 것은 당시 우리의 수평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가장 나은 답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님’자 없이 닉네임을 직접 부르며 편하게 서로와 소통하고, 직급을 없애 동료의 직급에 대해 궁금해하고 비교하는 불필요한 생각까지 없어지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우리 안에서 닉네임 문화는 수평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모두의 능력을 인정해 줄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능력이 뛰어나다면 그 사람의 연차와 관계없이 능력에 대해 대우해 줄 수 있고 반대로 경력대비 퍼포먼스가 오르지 않더라도 현재의 수준을 유지해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전자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특진이나 우수사원 등으로 보상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별도의 체계없이 ‘만년 과장’ 등 으로 부르며 압박하고 등을 떠미는 경우가 쉬이 있습니다. 우리는 후자의 경우도 우리만의 문화로 풀어내려 합니다. 성장이 더디더라도 모자라거나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에 맞는 합리적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직급이 없어 승진에 대한 압박이 없고 동료와 연차를 비교하지 않아도 되니 역량에 맞게 유지도 가능하도록 짜여져있는 구조랄까요.

 

그렇다고 의사 결정까지 수평적이지는 않습니다. 회사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야 하고 이를 위한 과정에서 경험과 리더쉽까지 무시한 수평적 의사결정은 오히려 비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수직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우리가 선택한 ‘더 나은’ 방향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성장하고 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자유로이 소통하는 문화가 자칫 이기적으로 자율성만 쟁취하고 팔로워십은 약해질 수 있다는 단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명확한 상하관계가 아니기에 업무에 대한 배움이 부족해지고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악용 사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장점이 이러한 약점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정책의 보정과 보완을 위해 조직 내 리더들과 충분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가장 자유로우면서 합리적인 트리티브만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찾는 것은 ‘make alive’한 숙제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닉네임 문화를 통해 서로의 나이도, 연차도 모른 채 오늘도 트리티브는 누구보다 활발한 소통을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더 나음’을 함께 찾아가기 위해서 말이죠.

 

목록
scroll bottom scroll top
POKOPANG is only available in Japan. POKOPANG TOWN is only available in Japan. Popup Close